빨간색 정지 표지판 기둥에 묶인 채 흙먼지를 일으키며 제자리를 맴도는 강아지가 있습니다.
녀석이 밟은 땅은 이미 움푹 패여 선명한 원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자리를 서성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었죠.
한적한 도로변을 지나던 시민은 멈춤 표지판 아래에 묶여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녀석은 마치 불안한 듯 안절부절못하며 쇠기둥 주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었습니다.
녀석의 시선은 오직 한곳 가족이 떠나간 도로의 저편을 향해 고정된 채 말입니다.
잠시 볼일을 보러 간 걸까 아니면 금방 돌아올까 녀석은 곧 나타날 주인을 위해 얌전히 기다리려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익숙한 차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불안감에 휩싸인 녀석은 터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좁은 반경을 끊임없이 맴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가 다가갔을 때 녀석은 경계하거나 짖는 대신 슬픈 눈망울로 꼬리를 살며시 흔들었습니다.
자신을 비정하게 버린 줄도 모르고 그저 사람이 그리워 반기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녀석을 세상에서 가장 순하고 다정한 강아지라고 표현했습니다.
차가운 길바닥에 버려져 공포에 떨면서도 끝까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녀석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가족을 기다리며 흙바닥을 파헤치지 않아도 됩니다.
따뜻한 보호소에서 녀석의 상처 입은 마음을 진심으로 안아줄 진짜 가족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녀석의 긴 기다림 끝에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해피엔딩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