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에게 야생의 늑대처럼 날것 그대로의 고기를 주는 것이 가장 완벽한 식사라고 믿는 보호자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려한 털 윤기와 활력을 되찾았다는 인터넷 후기를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료를 끊고 생식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듭니다.
하지만 수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생식은 사랑하는 강아지와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수의사회와 식약처를 비롯한 전 세계 전문가들이 생식을 강력하게 반대하거나 주의를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균 오염 가능성 때문입니다.
익히지 않은 생고기에는 살모넬라나 리스테리아 그리고 대장균과 같은 치명적인 병원성 박테리아가 득실거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강아지는 사람보다 위산이 강해 세균에 어느 정도 저항력이 있다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노령견이나 강아지에게는 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세균이 강아지의 입 주변이나 변을 통해 함께 사는 사람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식을 먹은 강아지가 보호자의 얼굴을 핥거나 배설물을 치우는 과정에서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고 넘겨서는 안 되는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세균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집에서 만드는 생식 식단이 초래하는 극심한 영양 불균형이 강아지의 뼈와 장기를 서서히 망가뜨린다는 점입니다.

많은 보호자님이 고기만 많이 주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강아지에게는 칼슘과 인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살코기 위주의 식단은 인 성분만 과도하게 높아져 뼈의 칼슘을 녹여내고 결국 골절이나 신부전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의 씨앗이 됩니다.
만약 생식을 꼭 급여하고 싶다면 집에서 대충 만든 식단보다는 멸균 공정을 거친 시판 생식 제품을 선택하거나 영양 전문 수의사의 레시피를 따라야 합니다.

또한 생닭을 뼈째 주는 행동은 날카로운 뼈 조각이 식도를 찢거나 장을 뚫는 천공을 일으켜 응급 수술을 받게 할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입니다.
이제 보호자님이 홈케어를 멈추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할 골든타임을 명확히 정해드리겠습니다.
생식을 시작한 후 강아지가 피가 섞인 설사를 하거나 구토와 함께 고열에 시달린다면 급성 세균성 장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활발하던 아이가 갑자기 축 늘어져 밥을 거부하거나 복부를 만졌을 때 끙끙거리며 아파한다면 뼈 조각으로 인한 장폐색이나 복막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중에 면역 억제제 치료를 받거나 영유아가 있다면 타협 없는 위생 관리가 불가능한 이상 생식은 피하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길입니다.

가장 좋은 식사는 자연과 가까운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몸에 안전하고 균형 잡힌 식사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의 식단이 영양학적으로 완벽한지 아니면 위험한 유행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점검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