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산책을 하던 강아지가 갑자기 뒷다리 한쪽을 번쩍 들고 깽깽이 걸음을 하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걷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많은 보호자님이 다리에 쥐가 났거나 단순히 걷기 싫어서 부리는 귀여운 투정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곤 합니다.
하지만 수의학적으로 이러한 행동은 무릎뼈가 제자리를 벗어났다가 스스로 맞추기 위해 다리를 쭉 펴는 슬개골 탈구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말티즈나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견은 선천적으로 무릎뼈가 들어가는 홈이 얕게 태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뼈가 쉽게 빠져버립니다.
문제는 강아지들이 통증을 숨기는 데 능숙해서 다리를 절뚝거리는 증상이 보일 때쯤이면 이미 관절 연골이 상당히 손상된 상태라는 점입니다.
슬개골 탈구는 진행 단계에 따라 1기에서 4기로 나뉘는데 보호자가 집에서 이를 정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통 1기는 가끔 빠지지만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단계이며 2기는 습관적으로 빠졌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뚝뚝 소리가 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고 넘겨서는 안 되는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뼈가 빠졌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무릎 연골이 맷돌처럼 갈려나가 극심한 관절염과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2차 질환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수술 타이밍에 대해 고민이 많으실 텐데 수의학적으로 수술이 권장되는 시기는 탈구 횟수가 잦아지는 2기 말부터 3기 사이입니다.
3기부터는 손으로 밀어 넣지 않으면 뼈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며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지기 시작하므로 더 늦기 전에 교정해 주어야 합니다.
만약 아직 1기 진단을 받았다면 당장 수술보다는 철저한 생활 습관 교정으로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이어트인데 체중이 100그램만 늘어도 가느다란 다리가 받는 하중은 몇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엄격한 식단 관리가 필수입니다.
또한 집 안 전체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주고 소파나 침대를 오르내릴 때는 반드시 계단을 사용하게 하여 무릎 충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간혹 닭발 곰탕 같은 민간요법으로 관절을 고치려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는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비만을 유발해 다리를 더 망가뜨립니다.

이제 보호자님이 지체 없이 수술을 결심해야 할 병원 방문의 골든타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강아지가 다리를 들고 걷는 빈도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되거나 무릎에서 뚝뚝거리는 마찰음이 크게 들린다면 이미 늦은 상태입니다.
다리를 만지려고 할 때 비명을 지르거나 산책 자체를 거부하고 주저앉는다면 뼈와 뼈가 직접 부딪히는 4기 단계일 수 있어 응급 수술이 필요합니다.

슬개골 탈구는 한 번 발병하면 자연 치유되지 않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오늘 산책길에서 우리 아이의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보고 걷는 리듬이 끊기지는 않는지 체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