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이불에서 풍기는 톡 쏘는 지린내 때문에 절망했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평소 깔끔하던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아닌 침대나 소파에 실수를 하면 집사님들은 고양이가 나에게 복수를 한다고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배설물을 숨기려는 습성이 있어 웬만해서는 지정된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 동물입니다.
수의학적으로 고양이가 화장실을 거부하는 행동은 집사가 싫어서가 아니라 배뇨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는 구조 요청입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고양이 하부 요로계 질환이라 불리는 방광염이나 결석으로 인한 통증입니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방광염은 스트레스에 예민한 고양이의 방광벽이 허물어지면서 소변이 찰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고양이는 이 끔찍한 통증을 화장실이라는 장소 탓으로 돌리게 되고 결국 화장실을 공포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배뇨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본능적으로 가장 푹신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사의 이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고 넘겨서는 안 되는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한 방광염이 아니라 찌꺼기가 요도를 완전히 틀어막는 요도 폐쇄가 발생하면 24시간 안에 급성 신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양이가 이불에 실수를 했다면 큰 소리로 혼내거나 코를 들이미는 행동은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장실 환경이 고양이 기준에서 합격점인지 점검해 보는 것입니다.
고양이 마릿수보다 하나 더 많은 화장실이 준비되어 있는지 그리고 모래는 매일 감자를 캐서 청결한지 확인하십시오.

화장실 위치가 세탁기 옆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시끄러운 곳이라면 조용하고 구석진 곳으로 옮겨주어야 합니다.
또한 최근에 가구를 바꿨거나 낯선 손님이 방문하는 등의 환경 변화가 아이에게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제 보호자님이 1분 1초를 다투어 확인해야 할 병원 방문의 골든타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고양이가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자세는 취하는데 오줌이 한 방울도 안 나오거나 아주 찔끔거린다면 초응급 상황입니다.
배뇨 자세를 취하며 괴로운 듯한 울음소리를 내거나 소변 색깔이 붉은 핏빛이라면 당장 응급실로 달려가야 합니다.
특히 요도가 좁은 수컷 고양이는 소변이 배출되지 못하면 체내에 독소가 퍼져 요독증으로 짧은 시간 내에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불에 싼 오줌은 닦으면 그만이지만 고양이가 보내는 아픔의 신호를 놓치면 영영 후회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아이가 감자는 잘 생산했는지 크기는 평소와 같은지 화장실을 꼼꼼히 점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