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와 계신데 강아지가 거실 한가운데서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질질 끄는 민망한 상황을 겪어보셨을 겁니다.
일명 똥스키라고 불리는 이 행동을 보고 단순히 엉덩이가 가려운가 보다 하며 웃어넘기거나 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강아지의 이러한 행동은 엉덩이 통증이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강력한 구조 요청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수의학적으로 스쿠팅이라 불리는 이 행동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항문낭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항문 양옆 4시와 8시 방향에 위치한 이 작은 주머니는 영역 표시를 위한 분비물을 저장하는 곳입니다.

야생에서는 배변 시 자연스럽게 배출되지만 실내 생활을 하는 반려견들은 운동량 부족이나 묽은 변으로 인해 스스로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출되지 못한 분비물이 가득 차면 강아지는 극심한 압박감과 가려움을 느껴 본능적으로 바닥에 엉덩이를 비비게 됩니다.
많은 보호자님이 혹시 기생충 감염이 아닐까 걱정하시지만 실제로 기생충이 원인인 경우는 항문낭 문제보다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고 넘겨서는 안 되는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가득 찬 항문낭을 방치하면 내부에서 염증이 생겨 곪아 터지는 항문낭 파열로 이어져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강아지가 똥스키를 탄다면 가장 먼저 항문 주변을 눈으로 확인하고 쌀알 같은 기생충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기생충이 보이지 않고 항문 주변이 빵빵하게 부어 있다면 목욕할 때 부드럽게 항문낭을 짜주는 것이 좋습니다.
꼬리를 등 쪽으로 바짝 올린 뒤 엄지와 검지로 항문 옆을 살짝 누르며 위로 올려주듯이 짜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너무 세게 힘을 주거나 손톱으로 누르면 오히려 연약한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니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인터넷 영상을 보고 억지로 따라 하다가 안에서 주머니가 터지는 사고가 빈번하므로 잘 나오지 않는다면 멈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제 보호자님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병원 방문의 골든타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항문 주변이 붉게 발진이 올라와 있거나 피고름이 섞인 분비물이 나온다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항문낭을 짜주었는데도 계속해서 엉덩이를 끈다면 디스크나 관절 통증과 같은 신경계 문제일 수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강아지가 엉덩이 쪽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으르렁거린다면 이미 염증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입니다.
강아지의 엉덩이 끌기는 단순한 가려움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질병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우리 아이의 엉덩이 주변이 깨끗하고 편안한지 한 번 더 세심하게 살펴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