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얌전하던 우리 강아지가 나이가 들더니 밤만 되면 허공을 보고 짖거나 집 안을 서성거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보호자님들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예민해진 탓이려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강아지가 보여주는 불안 증세가 너무나 안쓰럽고 가족들의 피로도 극에 달하게 됩니다.

단순히 잠투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의학적으로 이는 사람의 알츠하이머와 매우 유사한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의 전형적인 증상일 수 있습니다.
노화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고 신경 전달 물질이 줄어들면 강아지는 밤과 낮을 구분하는 생체 리듬이 완전히 무너져버립니다.

이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잠든 캄캄한 밤이 되면 극도의 공포와 혼란을 느끼며 의미 없는 짖음이나 하염없는 배회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특히 구석에 머리를 박고 멍하니 있거나 익숙한 현관문을 찾지 못해 헤매는 모습을 보인다면 뇌 기능 저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고 넘겨서는 안 되는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밤새 짖는 행동이 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노화된 관절이 쑤시고 아파서 잠들지 못하는 통증 호소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치매 증상을 보인다면 무조건 혼내거나 격리하기보다는 낮 동안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주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낮 시간에 햇볕을 충분히 쬐게 하여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밤에는 멜라토닌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몸이 불편해 걷지 못하더라도 유모차를 태워 30분 이상 바깥바람을 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이 달라집니다.
또한 잠자리 주변에 푹신한 쿠션을 여러 겹 깔아주어 관절 통증을 줄여주고 시야가 어두운 노령견을 위해 작은 미등을 켜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만 믿고 사람이 먹는 수면 유도제를 함부로 먹이는 것은 간 기능이 떨어진 노령견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므로 절대 금물입니다.
이제 보호자님이 놓쳐서는 안 될 병원 방문의 골든타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강아지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공격성을 보이거나 배변 실수가 갑자기 잦아졌다면 인지 기능 장애가 심각한 단계입니다.

한 방향으로만 계속 뱅글뱅글 돌거나 좁은 틈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울부짖는다면 뇌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응급 신호입니다.
이때는 즉시 수의사와 상담하여 뇌 영양제나 항산화제 처방을 받고 필요하다면 수면 보조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노령견의 치매는 완치가 어렵지만 보호자의 세심한 케어로 진행 속도를 늦추고 편안한 노후를 선물할 수는 있습니다.
오늘 낮에는 아이와 함께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잃어버린 밤의 평화를 되찾을 준비를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