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견과 함께 사는 보호자님들은 아이가 나이가 들면서 배가 불룩하게 나오고 잠만 자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식욕이 왕성해서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시니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안심하며 다이어트를 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의학적으로 늙어서 살이 찌는 것과 질병으로 인해 배만 나오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전문 용어로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라 불리는 쿠싱증후군은 신장 옆에 있는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질병입니다.
적당한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조절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면 오히려 몸의 근육을 녹이고 간을 비대하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등이나 다리의 근육은 빠져서 앙상해지는데 장기들이 커지고 복근이 약해져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처지면서 올챙이 배처럼 변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호르몬은 신장의 수분 재흡수 기능을 방해하여 소변을 계속 밖으로 배출하게 만듭니다.
강아지는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마시는 다음다뇨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이를 단순히 목이 말라서라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컨디션 문제라고 넘겨서는 안 되는 결정적 이유가 있습니다.
쿠싱증후군을 방치하면 혈관 내에 피가 굳는 혈전이 생겨 폐동맥을 막거나 췌장염과 당뇨병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해 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쿠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면 집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물 섭취량을 조절하겠다며 물그릇을 치우는 행동입니다.
오줌을 너무 많이 싼다고 물을 제한하면 혈액 순환이 안 되어 신장이 망가지고 탈수로 인한 쇼크가 올 수 있으므로 물은 항상 가득 채워주셔야 합니다.
대신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을 정확히 체크하고 약을 먹이면서 음수량이 줄어드는지 관찰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피부가 종이장처럼 얇아지고 탄력이 없어지므로 빗질을 할 때는 아주 부드러운 빗을 사용하고 옷을 입혀 상처를 예방해야 합니다.
이제 보호자님이 지체 없이 병원 검사를 받아야 할 골든타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만약 강아지가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헥헥거리며 숨을 거칠게 쉬거나 배에 푸르스름한 핏줄이 비친다면 호르몬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등 쪽 털이 대칭적으로 빠지거나 꼬리 털이 빠져 쥐꼬리처럼 변하는 증상 또한 전형적인 쿠싱증후군의 피부 변화입니다.
특히 배가 빵빵한데도 밥을 먹지 않거나 갑자기 뒷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면 혈전이나 신경계 이상일 수 있으니 즉시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쿠싱증후군은 완치보다는 평생 약물로 호르몬 수치를 조절하며 관리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오늘 우리 아이의 배가 빵빵한 것이 살이 찐 것인지 아니면 근육이 빠져 늘어진 것인지 배를 만져보며 확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